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Werner Heisenberg, Der Teil und das Ganze) 도서를 읽고

  • 제목: 부분과 전체
  • 저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 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

독일의 이론 물리학자로 미시적인 세계를 지배하는 근본 법칙인 양자역학의 개척자 중 한 명이다.
괴팅겐의 보어 축제 때 닐스 보어의 강연을 듣다가 사제 관계를 맺었고, 이후 평생의 학문적 동지로서 깊은 친교를 맺었다.

1927년 라이프치히 대학의 이론 물리학 교수가 되었다.
1927년 불확정성 원리(Unbestimmtheitprinzip)를 제창해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을 확립했다.
1932년 양자역학을 창시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1933년 독일 최고의 물리학적 명예인 막스 플랑크 메달을 받았다.
1946년부터 1970년까지 막스 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1953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훔볼트 재단의 총재로 있었다.
1957년 저명한 독일의 17명의 핵물리학자와 함께 독일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괴팅겐 선언>을 주도했다.

등산과 하이킹, 클래식 음악을 즐겼으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하이젠베르크는 1976년 신장과 방광의 암으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부분과 전체’ 도서를 읽고

0.

제목을 보아 과학 고전의 원자 물리학에 관한 자연과학 서적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서문에서도 제시된 바와 같이,
자연과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인간적, 철학적, 정치적’ 주제들이 다양한 사건들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의 자연과학은 철학적 사색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가 이 시대에 마련해준 가능성에 종속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 책을 읽으면서 이질감을 느꼈던 부분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1.

‘음악가가 되려면 우선은 혼자서 부단한 연습을 통해 악기에 기술적으로 숙달해야 해.
그러고 나서도 늘 언제나 수많은 다른 음악가들이 더 잘 해석해 놓은 곡들만 연주하게 되는 것이고.

네가 물리학을 공부한다면 너도 처음에는 아주 힘들여서 실험 도구를 제작해야 할 거야.
이미 다른 사람들이 더 잘 만들어놓은 것들을 말이지.

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아주 예리하게 생각해 놓은 수학적 숙고들을 좇아가야 할 거야.

그러다 보면 우리는 일꾼으로서, 좌우간 멋진 음악들을 계속 다루면서 간혹 해석이 잘될 때 기뻐하겠지.

너희들은 간혹 어떤 연관들을 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거나,
어떤 현상을 선배들보다 더 정확히 측정하면서 기뻐할 테고.

그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더 결정적인 부분에서 진보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무리 자신이 몸담고자 하는 분야가 아직 발견할 게 많은 신대륙이라고 해도 말이야.’

(p.48)

많은 구절을 지나오면서도 초반부 바이올리니스트 롤프의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기초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 명확하게 ‘참’이라고 인정한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참’이라고 받아들이지 말라’

– 데카르트

이미 이룩한 업적을 좇으면서도 하나하나 처음부터 반복적으로 해내는 것, 스스로 완전해질 때까지 파헤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요즈음은 실천하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험에 의한 판단 이전에, 표상이 어느 개념에서 기인되는 것인지 그 토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많지 않다고 체감하게 된다.

‘주고받았던 대화를 단어 그대로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대화에서 나누었던 생각의 흐름을 따라,
각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여겨지는 대로 화자들로 하여금 이야기하도록 했다.’

(p.7) – 투키디데스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화를 한 지 수십년이 흐른 시점에서 과거의 대화를 고스란히 재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도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깊은 인상을 기억하지만,
어제 대화했던 내용도 그대로 뇌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하나 개개인의 주관적인 색채에 객관적인 개념이 형성되고, 복잡한 감각적인 인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유형일수록 단순하고 명확하게 이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책 속 인물의 대화를 통해서도 매한가지이다. 의사소통의 언어보다 연관을 보여주며 상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말이라는 서투른 번역을 통해 상대를 이해 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각 상황에 적절하게 여겨지는 대화의 흐름이나 앞서 말한 표상에 관한 완역이 불확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반복적으로 새겨읽고자 했다.

나 또한 그만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에 집중하여
상들을 불러 일으킬, 생각의 연결을 만들어내기 위한 말의 가치를 높이려 애쓰게 되기도 한다.

2.

‘나는 폴 디랙이 타협하지 않는 태도로 논리적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만을 두둔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디랙은 말 할 수 있는 거라면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리자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거예요.

디랙이 내게 새로운 논문을 제출하면, 그 원고는 아주 분명하고, 수정한 데 하나 없이 손글씨로 쓰여 있어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학적인 즐거움을 주지요.
그리고 내가 그에게 이런저런 부분을 좀 바꿔 보라고 제안을 하면, 디랙은 아주 의기소침해져요.
그리고 대부분은 아무것도 고치지 않지요.

하지만 디랙이 옳을 거에요.
좋은 예술 작품이나 좋은 과학적 논문에는 모든 세세한 것이 명백히 확정되어 있어야 해요.
우연한 것은 있을 수 없어요.’

(p.166-167)

자연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 지식은 개인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범주이므로 보다 실용적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주관적인 감정을 일깨우는 문학보다,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가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구절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관이라는 개개인의 견해에 기반하여 객관화되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논리적으로 전개시키는 객관적인 지식에도 개인의 사고체계가 녹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관2, 主觀 | 객관3, 客觀

주관적인 생각을 기반으로 가설의 단계를 지나, 증명 이후에 객관화되는 오늘날 자연과학의 물리학적 사실을 떠올리면
주관을 하나의 개인적인 측면으로만 치부해 버렸던 자신이 다소 편향적인 사고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 또한 근본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큰 결실을 이루는 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3.

당신이 경험한 그런 들뜬 분위기는 가을에 철새들이 모여서 남쪽으로 날아갈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철새 중 아무도 누가 남쪽으로의 이동을 결정하는 건지, 왜 이런 이동이 일어나는 건지 알지 못해요.
하지만 각각의 철새는 그 소망에 함께하려는 공동의 흥분에 사로잡히죠.

그리고 그렇게 함께 날아갈 수 있다는 걸 행복해해요.
그 길에서 많은 새가 죽을지라도 말이에요.

(p.98)

하나의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때로는 그 어느 때보다 단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의한 행동은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며 성장하는지, 큰 뜻을 품지 못하면 인내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문제는 대부분 정의되지 않은 채로 다가온다.
기본적인 규범은 정해져 있지만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느낄 때가 많으며,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 해결해가는 과정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에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무턱대고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과 ‘왜’를 물어야 하는 것을,
언제나 문제를 정의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곤 한다.

개인의 목표를 좀 더 커다란 시각에서 보면서,
그렇게 목표를 향해 매진하다 보면 점차 더 잘 하게 되고, 일부는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4.

완벽히 정독하지는 못했지만 이 도서는, 나에게 뜻깊은 영감을 주는 내용이 많았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들의 대화를 엿듣는 기분에 지성을 쌓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 순간,
현재의 내 관심사와 고민거리를 콕 집어 토론을 펼치는 느낌에
이 또한 수많은 학자들이 숙고한 생각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깨우침에 심심찮은 위로도 되었다.

제목이 왜 <부분과 전체>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지만,
부분(der Teil) 그 자체로는 전체(das Ganze)가 될 수 없는 동시에 부분들이 모여 있어야만 전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한 가지 생각으로 꿈꾸고, 그것을 기반으로 고유한 삶을 만들고자 하는 나의 표상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나의 일부가 되는 이 책의 한 구절만으로도, 내 삶을 삶으로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

오늘의 작은 변화로 삶의 방향이 더욱 명확해질 수 있도록,
이 도서를 곱씹으며 해득하고자 한다.

22 thoughts on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Werner Heisenberg, Der Teil und das Ganze) 도서를 읽고”

  1. 충일함에서 명확함이 나오는 거야. 현상이 풍부하고 다양할수록, 그리고 그 현상들을 환원시킬 수 있는 공통의 원리가 더 간단할수록, 오류의 위험은 더 적어져.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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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각적 인상들은 사물이나 표상과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지.
    오히려 우리는 표상을 통해 감각적 인상을 무의식적으로 정리를 하는 거지.
    전체의 인상을 표상, 즉 서로 연관된 ‘의미 있는’ 상으로 바꾸는 거야.
    (p.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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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물질의 최소 단위를 논한 부분에 이르렀다.

    내가 왜 그 부분에 그렇게도 몰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정말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는 물질의 가장 작은 부분은 직각삼각형으로 이루어지며, 이것들이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으로 합쳐진 뒤, 입체기하학의 정다면체, 즉 정육면체, 정사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를 이룬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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